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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이야기

3개월간의 루비콘 멘토링 프로젝트 활동 회고 1편 - Kick off, Prototype

루비콘 신청 목적

작년말에 작성했던 회고글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2021년 새해가 밝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하고있던 고민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하던 고민은 크게 아래 네가지가 있었다.

  • 나름 공부를 하고 있지만 내가 올바르게 하고있는가에 대한 의문
  • 동시에 프론트엔드 사수, 동료 없는 회사 주니어로서 일을 하면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음
  • 주변에 개발자 or IT 계열 직군 네트워크가 전혀 없어 이에 대한 갈증이 있음
  • 개발문화가 좋은 회사에서는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

이러한 고민을 하던 와중에 우연히 루비콘 멘토링 프로젝트 멘티들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게 되었다.

 

모집요강(?)을 보고 있으니 내가 하고있던 모든 고민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지원하였고, 운이 좋게도 합격해서 루비콘3기로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프로젝트 아이디어 정하기

각 팀은 멘토, 디자이너, 프론트개발자, 백앤드 개발자 각 1명씩 총 4명으로 이루어져있다.

3개월 후 릴리즈를 해야한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진행할 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부터 정하도록 했다.

여러 쟁쟁한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왔고, 모든 아이디어를 실현시킬수는 없었기 때문에 1개만 골라야했다. 아이디어 필터링 기준은 아래와 같다.

  • 서비스를 한줄로 설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정체성이 있어야한다.)
  • 자기 자신이 고객이 되었을 때 쓸만한 프로덕트여야한다.
  • 우리가 만들면서 재미를 느껴야한다.
  • 사람들이 하고 있는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어야 한다.

필터링을 모두 거쳐 살아남게 된 아이디어는 바로 커리어 아카이빙 서비스였다.

분명 회사에서 진행했던 일은 많았는데 이직하려고 이력서를 작성하다보면 어떤 일을 진행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던 경험이 다들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잊지 않고 커리어를 아카이빙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로 결정하였다.

 

우리가 세운 가설 확인하기 - 설문조사 진행

본격적인 프로젝트 만들기에 앞서 우리는 타겟 유저를 IT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지정하고, 우리가 뇌피셜로 생각한 서비스 니즈에 대한 가설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1. 사람들은 이력정리를 할 때 모바일 보다는 PC를 활용할 것이다. → 특히나 우리는 웹 기반의 서비스를 만들고자 했기 때문에 이 가설이 맞는지 검증하는 것이 중요했다.
  2. 사람들은 커리어 아카이빙을 필요로 한다.
  3. 커리어를 정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다.
  4. 이직을 준비 할 때 이력서를 정리하며, 어떤 업무를 진행했는지 기억을 못하는 사람이 많다.
  5. 사용자는 본인의 커리어와 관련된 것이라면, 푸시 알림을 통해 리마인드를 받았을 때 적극적으로 기록할 것이다.

약 2주간 진행한 설문조사 동안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셔서 총 95명의 응답을 받을 수 있었다.

가설을 검증할 수 있었던 일부 응답 결과는 아래와 같다.

 

예상한 바와 마찬가지로 약 90%의 사용자들이 커리어 기록 시에는 PC를 사용한다고 응답해주었다.

이력서를 정리할 때 어떤 업무를 진행했는지 기억 못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과반수 이상인 것을 알 수 있다.

이력서를 작성할 때 구체적으로 꼽은 불편한 점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것이 가장 높았고, 업무내용이 기억나지 않아 불편했던 것은 3순위였다.

평소 기록하지 않는 사람들 중, 커리어에 대한 내용을 아카이빙 하지 않아서 손해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 사람들은 이력정리를 할 때 모바일 보다는 PC를 활용할 것이다. ✅
  2. 사람들은 커리어 아카이빙을 필요로 한다. 🤔
  3. 커리어를 정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다. → 기억이 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전체의 20%를 차지하며, 3번째로 높았다.
  4. 이직을 준비 할 때 이력서를 정리하며, 어떤 업무를 진행했는지 기억을 못하는 사람이 많다. ✅
  5. 사용자는 본인의 커리어와 관련된 것이라면, 푸시 알림을 통해 리마인드를 받았을 때 적극적으로 기록할 것이다. 🤔

2번과 5번 가설 검증이 조금 애매했는데, 2번은 사람들이 이력서를 정리할 때 어떤 업무를 진행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고, 아카이빙 하지 않아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반수 이상이므로 사람들이 커리어 아카이빙 서비스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푸시 알림을 통해 리마인드를 받았을 때 적극적으로 기록할 것인지에 대한 가설에 대해서는 검증하지 못했다.

 

응답 결과를 보고나니 우리가 세운 가설이 충분히 검증이 됐다라고 느낀 질문도 있었지만 검증이 됐다고 보기에는 애매한 질문들도 있었다. 설문조사 질문을 좀 더 잘 폴리싱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프로토타입으로 빠르게 검증하기

설문조사를 통해 사용자들의 경험과 우리가 생각한 가설에 대해 사용자들도 동일하게 생각하고있는지에 대해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것 또한 우리가 응답 결과 데이터를 통해 추론한 뇌피셜이다.

 

어떤 형태의 알림이 되었던간에 과연 사용자가 기록할 때가 되었다는 리마인드를 받았을 때 적극적으로 기록 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과 어떻게하면 사용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기록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우리는 본격 프로덕트를 만들기에 앞서 최소한의 시간과 공수를 들여 프로토타입을 만든 뒤, 이터레이션 해보기로했다.

 

프로토타입의 워크플로우는 아래와 같다. 사용자가 랜딩페이지에서 이메일 구독 신청을 하면 한 주에 한 번씩 질문 리스트를 가지고 있는 구글폼 링크를 메일로 보내준다. 사용자는 구글 폼에 응답하여 커리어에 대해 기록할 수 있도록 하는 간단한 프로토 타입이었다.

 

이러한 워크플로우를 만들기 위해 프로토타입이 꼭 가지고 있어야 4가지 기능이 있었다. 이 기능들을 직접 한땀한땀 손으로(개발을 통해) 만들 것인지 아니면 이미 시중에 나와있는 서비스를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당연히 '아 손수 개발해야겠구나...'하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찾아보니 이미 시중에 직접 개발하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서비스들이 많이 나와있었다.

 

 

서비스가 이정도로 구체적이고 간편하게 제공될줄 몰라서 차라리 직접 구축하는게 더 빠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사용해보니 안쓸 이유가 없다고 생각됐다.

 

많은 후보군들이 있었지만 최종 적으로 GetResponse라는 서비스를 사용하기로 했다. 이 서비스를 선택하게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 All-in-one 서비스로 우리가 필요한 기능들을 모두 제공한다. (랜딩페이지 구축, 사용자정보 저장, 메일링 서비스, 사용자 행동 트래킹)
  • 개발에 대한 기술적인 지식이 없어도 프로토타입을 구축, 수정 등 필요 작업을 하는데에 있어서 어려움이 없다.
  • 일정 사용량 까지는 무료이고, 그 뒤부터는 과금 형식이지만 가격이 reasonable하다.
  • 직접 구축하는 것 보다 시간과 공수가 훨씬 덜 들 것으로 예상한다.

어떤 서비스/기술들을 사용할지 고민하는 과정에서는 가볍게라도 '직접 써보아야' 각각의 장단점이 확실하게 보인다. 우리가 놓인 상황과 각 서비스들의 장단점을 고려해서 왜 이 서비스/기술을 선택해야하는지가 명확해지고, 만약 의견이 다른 팀원이 있다면 설득하기도 쉬워진다는 것을 느꼈다.

 

한달 간의 프로토타입 굴리기

GetResponse를 통해 직접 개발하는 것 보다는 훨씬 빠른 속도와 적은 공수를 들여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확실히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사용하는데 있어서 어느정도 러닝커브가 있었고, 다른서비스에 비해 한글 친화적이긴했지만 직역수준의 한글화여서 차라리 영어로 보는게 더 편했다.

 

구축하다보니 생각지도 못한 GetResponse(ShitResponse) 자체 버그에 부딪혀서 삽질할때도 몇번 있었고, 불친절한 UI때문에 메일이 예상한 스케쥴대로 발송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의외로 꼼꼼하게 오 이정도 기능까지 제공한다고?(GodResponse) 하는 부분도 있었다.

 

우리팀에게는 애증의 서비스이지만 들일 수 있는 인력과 시간이 제한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하고있고, 릴리즈한 지금 시점에서도 아주 잘 사용하고 있다.

 

다시 프로토타입으로 돌아가서, 필요한 기능 구축과 마케팅 활동 이전에 서비스 이름이 필요했다. 여기서도 많은 아이디어들이 나왔지만, 우리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이름이라고 생각해서 career.zip(커리어집)으로 결정됐다.

 

GetResponse를 사용해서 빠르게 랜딩페이지를 만들 수 있었고, 여러 IT업계 관련한 커뮤니티에 홍보를 시작했다. 

 

 

Career.zip 커리어 세이브 포인트

매주 금요일 커리어 아카이빙 질문지를 받고,  업무 내용을 기록해보세요! 커리어 정리는 커리어집이 해드립니다.

letter.career-zip.com

 

감사하게도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신청해주셔서 첫 아카이빙 레터 발송 시 165명에서 점점 증가해서 마지막 아카이빙 레터 발송 당시에는 191명이 신청해주셨다.

 

첫주차에 랜딩페이지 CVR은 약 40%정도로 높은 편이였고, 구독 신청 후 발송되는 웰컴메일 오픈률은 44.62%였다.

 

첫 아카이빙 레터

 

랜딩페이지 오픈 후 첫 아카이빙 메일을 받은 165명 중 응답자 수는 30명 이었다. 1주차부터 5주차 까지 진행한 결과 메일을 보낸사람 대비 아카이빙 응답자 비율은 비슷한 추세였지만, 연속적으로 아카이빙을 작성하는 사람의 수는 계속해서 떨어졌다.

 

신규 사용자가 첫주차 대비 드라마틱하게 늘어나지 않은 이유는 추가적인 홍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연속적으로 응답한 사람의 수가 감소한 이유는 구글 응답폼에 답변을 제출한 후 본인이 아카이빙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록에 대한 동기부여가 약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첫번째 홍보 이후 다시 홍보하지 않은 이유는 프로토타입이기 때문에 추후 본 프로덕트가 릴리즈되면 다시 홍보를 할 것인데, 홍보하는 커뮤니티가 겹칠 가능성이 높아 사람들이 피로감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직 정식 프로덕트가 아니기 때문에 굳이 이 시점에서 프로토타입 마케팅에 공수를 들이기보다는 본 프로덕트를 만드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한달간의 프로토타입을 굴리면서 사용자들에게서 정말 많은 피드백을 받아 볼 수 있었다. 응원의 글도 있었고 아무래도 커리어 관련 내용이다보니 보안에 대한 우려도 보였다. 특히 정말 정성스럽게 적어주신 피드백을 받아봤을 때는 감사하기도하면서 동시에 더 잘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었다.

 

리텐션을 올리기 위해 메일 시간대를 조정한다던가, 리마인드 레터의 내용을 바꾸는 등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유의미하다고 보기에는 워낙 표본 수가 적고 다른 변인요소들이 많았다. 하지만 리텐션을 올리기 위한 시도나 사용자 피드백을 프로덕트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팀원들과 몰입해서 어떻게하면 더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었던 기간이었고, 이 과정 자체가 즐겁고 재밌었다.

 

한달동안 프로토타입을 굴리면서 동시에 본 프로덕트를 기획하는 작업을 진행했었는데, 이 내용은 다음편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많이 축약했는데도 3개월간의 모든 과정을 담기에는 글이 너무 길어져서 1편, 2편으로 나누었다. 다음 편은 본 프로덕트 릴리즈 과정과 릴리즈 후 회고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2편 보러가기 👀 👉  3개월간의 루비콘 멘토링 프로젝트 활동 회고 2편 - 서비스 릴리즈, 나의 성장